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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건강에도 삶의 이력이 남는다 - 충북의 건강 불평등

person ESG국가정책연구소 calendar_today 2026.10.11 23:39 visibility 조회 13

마을버스가 하루 몇 차례 다니지 않는 곳에서 진료 예약은 교통편을 확인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야간조 노동자는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잠을 줄이거나 휴가를 내야 한다. 질병을 치료할 권리가 같아도 그 권리를 행사하는 데 드는 비용은 같지 않다.

미국의 비영리 인구정책 연구기관 PRB가 지난 7월 발표한 『불평등하게 늙어가기(Aging Unequally)』는 이 차이가 노년에 어떤 결과를 남기는지 보여준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가 지원한 장기추적 연구들을 종합한 보고서다. 2024년 미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6,100만 명으로 전체의 18%였다. 고령화 자체보다 눈여겨볼 것은 그 안의 격차다.

2022년 72세 이상 미국의 메디케어 수급자 중 치매 유병률은 대졸자 5%, 교육기간 12년 미만 집단 20%였다. 시설 거주자는 제외한 수치다. 같은 해 코네티컷주의 기대수명은 79.7년, 오클라호마주는 73.9년으로 5.8년 차이가 났다. 지역사회 거주 노인의 약 4분의 1은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었다. 교육과 지역정책, 관계망의 차이가 노후의 질병 위험과 돌봄 여건을 가른다는 것이 연구의 문제의식이다.

사회역학은 이를 '생애과정에 따른 누적적 불이익'으로 설명한다. 어린 시절의 가난, 불안정한 고용, 열악한 주거와 반복되는 스트레스는 나이가 들어서도 영향을 미친다. 보고서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흑인 미국인의 생물학적 노화 지표가 같은 연령의 백인보다 평균 9년 앞서 있었다. 인종이 노화 속도를 결정한다는 말이 아니다. 차별과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신체에 남기는 흔적을 측정한 결과다.

한국도 장수의 성과를 계층별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2023년 추계에 따르면 기대수명은 83.49세, 건강수명은 68.56세였다. 특히 소득 상위 20%의 건강수명은 71.07세, 하위 20%는 62.94세로 8.13년 차이가 났다. 지난 9월 발표된 202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어려울 때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비율은 20대 98.6%, 70세 이상 87.8%였다. 경제적 자원뿐 아니라 사회관계도 나이 들수록 살펴야 할 건강의 조건이다.

충북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고령화와 맞물린다. 2025년 말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 비율은 23.1%로 전국의 21.2%보다 높았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충북의 계층 간 기대수명 격차는 9.2년이었다. 시·군의 평균수명 차이가 아니라 도내 사회경제적 계층 사이의 격차다. 같은 해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 충북의 담배제품 현재사용률은 24.7%로 전국 시·도 중 가장 높았고, 보은의 걷기 실천율은 20.5%로 전국 시·군·구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 수치만으로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노동시간, 보행환경, 예방의료 접근성을 함께 조사할 근거는 충분하다.

도내에서도 처방은 달라야 한다. 2025년 8월 고령인구 비율은 괴산 43.0%, 진천 20.2%, 청주 17.3%였다. 진천·음성의 산업단지에서는 교대근무 노동자의 검진 접근성과 직업성 질환 예방이 중요하다. 괴산·보은에서는 의료 이동과 만성질환 관리, 방문돌봄이 더 절실할 수 있다. 진천의 산업과 인구가 성장한 만큼 그곳에서 일하고 사는 사람들의 건강한 시간도 늘어났는지 따져봐야 한다.

아마르티아 센의 '역량' 관점에서 보자면 의료서비스가 마련돼 있다는 사실과 주민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다르다. 충북은 11개 시·군의 미충족 의료와 진료 이동시간, 소득·직업별 건강격차를 지속해서 살펴야 한다. 사업 횟수나 검진 참여율을 넘어 치료를 미루는 사람이 얼마나 줄었는지 평가해야 한다. 지역의 건강 수준은 평균수명뿐 아니라 의료의 문턱 앞에서 되돌아선 사람의 경험을 살필 때 더 정확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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