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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8천억 달러의 간극이 묻는다, 지자체 예산은 함께 움직이는가

person ESG국가정책연구소 calendar_today 2026.10.03 11:55 visibility 조회 9

살림살이가 빠듯할수록 중요한 것은 돈의 액수보다 쓰는 방식이다. 같은 사업에 쌈짓돈을 겹쳐 쓰거나, 한 부서의 낸 성과가 다른 부서의 비용 청구서로 돌아온다면 재정 규모가 늘어도 도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기후와 경제가 얽힌 복합 위기의 시대에는 ‘얼마를 썼는가’보다 ‘여러 아픔을 한 번에 얼마나 줄였는가’를 물어야 한다.

ESCAP·UNEP·ADB가 공동 발간한 '아시아태평양 시너지 보고서 2026'의 지표는 차갑고 무겁다. 전 세계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중 정상 궤도에 오른 비율은 약 18%에 불과하다. 아시아태평양의 신흥·개도국이 파리협정의 약속을 지키려면 해마다 최소 1조 1천억 달러가 필요하지만, 텅 빈 금고와의 격차는 무려 8천억 달러에 달한다. 불균형도 심각하다. 2023년 전 세계 기후 금융을 보면,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1조 7,810억 달러가 투입된 반면 당장의 폭염과 홍수에 대비하는 예산은 650억 달러에 그쳤다. 자그마치 27배의 차이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도 있다. 감축과 적응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른바 ‘일석이조’의 이중편익 금융은 2018년 180억 달러에서 2023년 580억 달러로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전체 기후 금융의 3%에 불과하다. 여러 편익을 함께 만드는 똑똑한 사업이 아직은 주류가 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 거대한 수치가 충북이 8천억 달러의 빚을 메워야 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돈이 부족할수록 단 하나의 예산으로 여러 효과를 거두도록 영리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매서운 경고다. 산업단지의 대기 질 개선 사업은 배출량 장부만 볼 것이 아니라 노동자와 인근 주민의 건강 지표까지 살펴야 한다. 도심에 숲을 조성할 때는 심은 나무의 수가 아니라, 폭염에 시달리는 이웃을 얼마나 줄이고 쉴 곳을 얼마나 늘렸는지 평가해야 한다. 농촌의 기후 사업 역시 어르신들의 건강과 이동권, 그리고 겨울철 난방비 고지서를 함께 들여다보아야 한다.

이 마법 같은 융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데이터 거버넌스', 즉 지혜롭고 투명한 ‘행정 가계부’다. 새로운 인공지능 앱을 하나 더 만들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도와 시·군이 공통의 데이터 기준을 세우고, 주요 사업이 낼 시너지와 부작용을 사전에 검토하여 그 결과를 예산 편성표에 엄격히 반영하는 제도를 말한다. 탄소 감축, 건강, 일자리, 생태계 복원이라는 지표를 나란히 관리하고, 부서별 창고에 갇힌 숫자들을 시민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지도로 펼쳐 보여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관도 데이터를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정책 간의 얽힌 실타래를 푸는 든든한 분석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특히 도농이 복합된 충북에서는 산업단지의 굴뚝, 농촌의 뙤약볕, 대중교통이 끊긴 마을, 비가 오면 넘치는 하천의 지도를 한 화면에서 겹쳐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예산의 우선순위가 힘센 부서의 목소리가 아니라, 위험에 노출된 이웃의 절실한 필요를 따라 정해진다.

살림이 팍팍할수록 더 많은 사업보다 ‘더 잘 연결된 사업’이 필요하다. 충북의 데이터 거버넌스는 그저 차가운 숫자를 쌓는 일이 아니다. 한정된 예산이 여러 도민의 팍팍한 삶을 동시에 어루만지도록 만드는, 가장 따뜻하고 정교한 행정의 기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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