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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

[우석대학교 이창언 교수의 기후위기와 농업 심층진단] 1.43°C 상승이 쏘아올린 농업의 위기

person ESG국가정책연구소 calendar_today 2026.10.03 11:12 visibility 조회 10

2026년 3월 23일, 세계기상기구(WMO)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2025 지구 기후 상태(State of the Global Climate 2025)’ 보고서를 발표하며 인류를 향해 가장 날카로운 경고장을 던졌다. 올해 보고서에서 학술적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사상 처음으로 ‘지구 에너지 불균형(Earth’s Energy Imbalance, EEI)’을 기후 변화의 독립적이고 핵심적인 지표로 채택했다는 사실이다. 에너지 불균형이란 태양으로부터 지구로 들어오는 에너지와 우주로 빠져나가는 에너지 사이의 차이를 의미한다. 안정적인 기후 조건 하에서는 이 두 에너지가 정교한 평형을 이루어야 한다. 수천 년 동안 우리 농부들이 자연의 흐름을 읽고 24절기에 맞춰 씨를 뿌리고 수확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흔들림 없는 에너지 평형 위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인류가 화석 연료를 태워 배출한 온실가스, 즉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의 농도가 최소 80만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지구의 대기층은 거대한 비닐하우스가 되어버렸다. 이 두꺼운 온실가스 층은 지구가 우주로 방출해야 할 복사 에너지를 가로막고, 결국 막대한 양의 초과 에너지를 지구 시스템 내부에 가두게 된다. WMO의 분석에 따르면, 관측이 시작된 1960년 이래 지구에 축적되는 에너지의 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특히 최근 20년 동안 그 폭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여 마침내 2025년 관측 역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다.

우리가 겪고 있는 국지적인 이상 기상은 이 거대한 열적 붕괴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대기 중에 갇힌 막대한 초과 열에너지 중, 대기 온도를 높여 우리가 지표면에서 직접 체감하는 온난화에 기여하는 비율은 단 1%에 불과하다. 남은 잉여 에너지 중 3%는 빙하와 해빙을 녹이는 데 쓰이고, 91% 이상의 거대한 에너지는 바다로 흡수된다. 그리고 농업 생태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나머지 5%의 열에너지는 대륙의 육지에 저장된다. 이 5%의 초과 열은 토양의 수분을 급격히 증발시켜 만성적인 가뭄을 유발하고, 땅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토양 미생물 생태계를 교란하여 직접적인 농산물 생산성 저하를 초래한다.

이 1%의 대기 가열만으로도 지표면 기온 상승은 파괴적이다. WMO가 취합한 8개 글로벌 온도 데이터 세트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5년까지의 기간은 176년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뜨거운 11년으로 확정되었다. 구체적으로 2025년의 연평균 전 지구 근지표면 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약 1.43 ± 0.13°C 상승했다. 강력한 엘니뇨의 영향으로 1.55°C 상승을 기록했던 2024년에 이어, 2025년은 지구를 일시적으로 냉각시키는 라니냐(La Niña) 조건으로 전환되었음에도 역대 2위 혹은 3위의 고온을 기록했다.

봄꽃의 개화 시기가 뒤죽박죽이 되어 과수 농가가 춘풍 냉해를 입고, 작물의 수확기가 뒤틀리며, 생전 보지 못했던 아열대성 돌발 병해충이 한반도 농경지를 뒤덮는 작금의 현실은 우연이 아니다. 이 모든 대혼란은 바로 지표면 기온 상승이라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하게 수치로 입증된 기후 비상사태가 만들어낸 직접적인 결과다. 불을 보듯 뻔한 이 물리적 붕괴의 지표 앞에서도 과거의 관행 농법만을 고집한다면 한국 농업의 미래는 없다. 재배 작목을 과감히 전환하고 기후 적응형 저탄소 농법을 연구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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