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대학교 이창언 교수의 ESG 다가서기】② ESG 교육의 대전환...실천적 전문성(Practical Expertise)을 향한 대학·대학원 교육의 재구조화
ESG 교육은 왜 한계에 봉착했는가
2026년 글로벌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질서는 정치적으로 분절되고 기술적으로 고도화된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 전환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ESG·SDGs·ESD 교육은 여전히 규범적 가치 전달과 윤리적 담론 중심의 접근에 머물러 있다. 이는 ESG를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경향을 강화했지만, 정작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실행되는가라는 질문에는 충분히 답하지 못해 왔다.
이 간극은 단순한 교육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ESG를 바라보는 인식론적 틀(epistemological framework)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기존 교육은 ESG를 ‘이념적 목표’ 또는 ‘책임의 언어’로 다루는 데 집중해 왔으나, 오늘날 ESG는 규제, 데이터, 기술, 금융, 공급망이 복합적으로 얽힌 운영체계(operational system)로 기능하고 있다. 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교육은 필연적으로 현실과 괴리될 수밖에 없다.
담론 중심 교육에서 실천적 전문성으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ESG 교육은 담론(discourse) 중심 접근에서 실천적 전문성(Practical Expertise) 중심 접근으로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실천적 전문성이란 단순한 기술 숙련이나 실무 지식의 축적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복수의 규제 체계와 제도적 맥락을 해석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며, 기술을 활용해 전략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종합적 역량을 의미한다.
특히 2026년 이후 ESG 환경에서는 다음 세 가지 역량이 핵심적으로 요구된다.
첫째, EU CBAM, 캘리포니아 기후 공시, IFRS/ISSB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등 서로 다른 규제 체계를 동시에 이해하는 다중 규제 리터러시(Multi-regulatory Literacy).
둘째, Scope 3 온실가스 배출, 공급망 실사, 디지털 제품 여권(DPP) 등 데이터 기반 ESG 관리 역량(Data-based ESG Management).
셋째, AI 기반 공시 자동화·검증·리스크 분석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 활용 역량(Technological Competence)이다.
이 세 요소는 더 이상 선택적 역량이 아니라, 글로벌 ESG 환경에서 활동하기 위한 기본 전제 조건이 되었다.
대학·대학원 교육의 구조적 재정의
이러한 변화 속에서 대학과 대학원 교육은 질적으로 다른 역할을 요구받는다. 학부 교육은 ESG의 철학적 기반과 SDGs의 구조를 이해하는 단계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실제 기업·정책 사례를 분석하는 문제해결 중심 학습으로 확장돼야 한다. 즉, ESG를 ‘가치’가 아닌 의사결정의 조건으로 인식하도록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학원 교육의 역할은 더욱 결정적이다. 대학원은 ESG를 단일 학문 분야의 주제가 아닌, 정책·경영·환경·AI·교육이 교차하는 융합 전문 영역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여기서의 교육 목표는 ESG를 이해하는 인재가 아니라, ESG 정책을 설계하고, 기업 전략에 적용하며, 그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실천형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대학원 교육은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재구조화될 필요가 있다.
첫째, 국제 공시 기준과 국가·지역별 규제 차이를 비교·분석하는 규제 분석 중심 교육.
둘째, 실제 기업 데이터를 활용해 Scope 3, 공급망 리스크, 공시 체계를 다루는 데이터 기반 실습 교육.
셋째, ESG를 AI·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운영하는 시스템적 접근(Systems Approach)이다.
ESG·ESD·AI 융합 교육 프로그램의 학술적 정당성
이러한 교육 전환은 단순한 실무 교육 강화가 아니라, ESD(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의 본래 취지를 확장·심화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ESD는 단순히 지속가능성 가치를 전파하는 교육이 아니라, 학습자가 복합적 사회 문제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ESG·AI 교육을 관통하는 ESD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비판적 사고, 시스템 사고, 미래세대 책임, 윤리적 판단 능력은 AI와 데이터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오히려 그 중요성이 증대된다. 기술은 판단을 대신할 수 없으며, ESG의 최종 책임은 언제나 인간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ESG·ESD·AI 융합 교육은 기술 중심 교육이 아니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인간 역량을 고도화하는 교육으로 이해돼야 한다.
ESG 교육은 고등교육의 새로운 책무다
2026년 이후 ESG 교육은 더 이상 “무엇이 옳은가”를 묻는 규범 교육에 머물 수 없다. 그것은 “어떻게 작동하며, 어떻게 적용하고,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를 훈련하는 교육으로 전환돼야 한다. 대학과 대학원은 이러한 전환의 최전선에 서 있으며, 실천적 전문성을 갖춘 ESG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고등교육의 부차적 과제가 아니라 새로운 핵심 책무가 됐다.
SDG뉴스 = 이창언 우석대학교 글로벌 문화교양학부 교수
출처 : SDG뉴스(http://www.sdg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