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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속가능발전목표는 동네에서 완성된다

person ESG국가정책연구소 calendar_today 2026.10.03 11:42 visibility 조회 18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지역화’는 세계 공통의 17개 목표를 지방정부의 구호로 옮겨 적는 일이 아니다. 주민이 사는 곳의 문제를 찾아 우선순위를 정하고, 지역의 예산·사업·지표로 바꾸어 실행하는 과정이다. 같은 기후위기라도 한 지역에서는 침수와 폭염이, 다른 지역에서는 농업용수와 산업단지의 에너지 전환이 더 시급할 수 있다. 지역화는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빈곤, 불평등, 환경 훼손을 함께 살피는 일이다. 유엔의 2030 의제 역시 지방정부와 시민사회, 기업, 학계가 이행에 참여하고, 성과를 공개적으로 점검할 것을 강조한다.

수원시는 지역화의 한 모습을 보여준다. 유엔의 17개 목표를 지역 여건에 맞춘 10개 목표로 정리하고, 2017년 민관 공동으로 ‘수원시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선언했다. 목표 아래에는 세부 과제와 평가지표를 두었고,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이행 상황을 점검해 왔다. 수원시는 지표값과 추진 실적을 살핀 자발적 지역검토 보고서도 발간했다. 목표를 선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민이 결과를 확인하고 다시 질문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다만 보고서를 발간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목표가 달성됐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당진시는 목표를 행정의 실행 체계에 연결한 사례다. 2015년 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구성한 뒤 지역 여건을 분석했고, 2017년에는 17개 목표, 57개 전략, 88개 지표를 담은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행계획을 만드는 과정에는 담당 부서와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참여했으며, 이후 부서 업무계획과 성과지표에도 목표를 연결했다. 시민의 제안이 계획에 담기고 담당 부서의 일이 되며, 다시 성과 점검으로 이어져야 목표가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역시 계획의 우수성과 실제 성과를 구분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

두 사례에서 배울 핵심은 다층적 거버넌스다. 지방정부는 부서 간 칸막이를 넘어 예산과 행정계획을 조정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정책의 사각지대를 드러내고 이행을 감시한다. 기업은 일자리와 생산·소비 방식을 바꾸는 주체이며, 학계는 지역 자료를 분석하고 지표의 한계를 검토할 수 있다. 복지·의료·교육·노동·농업 등 직능단체는 현장의 경험을 실행 과제로 연결한다. 어느 한 주체가 다른 주체의 의견을 듣는 데 그치는 회의체로는 부족하다. 문제 선정부터 사업 설계, 실행, 평가까지 역할과 책임을 나누고 서로의 판단을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실천은 주민의 생활에서 시작해야 한다. 읍면동별로 돌봄의 공백, 이동의 불편, 쓰레기와 폭염처럼 주민이 체감하는 문제를 모으고, 청년·노인·장애인·이주민 등 당사자의 경험을 함께 들어야 한다. 그다음 지역 자료로 문제의 규모를 확인하고, 해결할 과제마다 담당 주체와 예산, 달성 시점, 확인할 지표를 정할 수 있다. 해마다 결과를 공개할 때에는 평균값만 제시하지 말고 동네와 집단 사이의 차이도 살펴야 한다. 성과가 나지 않았다면 주민 앞에서 이유를 설명하고 사업을 고치는 것이 점검의 목적이다.

무엇보다 주민을 정책의 수혜자로만 두어서는 지역화가 완성되지 않는다. 주민이 이웃과 문제를 발견하고,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작은 해결책을 직접 시험할 수 있는 자치력이 필요하다. 주민자치회와 지역 모임에 의제 발굴과 실행의 권한을 주고, 지방정부는 정보·공간·예산과 행정적 지원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세계의 목표가 지역의 계획이 되고, 그 계획이 주민 자신의 행동과 공개적인 평가로 이어질 때 지속가능발전은 비로소 일상의 변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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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b/jh/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