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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대 이창언 교수의 ESG 시대②] 일터의 안전과 노동 인권을 말하다: 산업안전보건 규제에 따른 기업의 책임과 예방 전략

person ESG국가정책연구소 calendar_today 2026.10.03 10:57 visibility 조회 10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현대 비즈니스 세계에서 사회(S) 영역의 핵심은 기업이 관계를 맺는 이해관계자, 특히 노동자를 얼마나 존중하고 보호하는가에 있다. 

전통적인 자본주의가 주주의 이익 극대화에 매몰돼 노동을 단순한 일회성 비용으로 취급했다면, 현대의 ESG 경영 전략은 가치사슬 전체를 포괄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로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현대 경영학의 최전선 패러다임은 조선 후기 다산 정약용이 주창했던 깊은 선현의 지혜와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일맥상통한다. 다산은 그의 저서 '목민심서'를 통해 세상을 다스려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이 통치의 본질이며,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라는 민본주의(民本주의) 철학을 확고히 정립했다. 

백성을 국가의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이자 바탕으로 여겼던 이 인본주의 전통은 오늘날 사람 중심의 통합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리더십의 원칙과 사상적 맥을 같이한다. 

다산의 철학을 빌려 현대의 일터를 진단하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과 취약 계층에 산업재해가 집중되는 구조적 양극화는 민본의 가치가 훼손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의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산재 사망자 2098명 중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비중이 무려 61.9%(1299명)를 차지하고 있다. 

이 지독한 안전의 불평등은 대기업이 유해하고 위험한 공정을 다단계 하청의 끝자락으로 무자비하게 외주화하면서 자신들의 장부상 안전 지표만 세탁하는 거버넌스의 붕괴에서 기인한다. 

이익은 소수의 자본에게 사유화되고 위험과 죽음은 다수의 약자에게 사회화되는 구조적 모순 속에서, 기업은 화려한 '안전워싱(Safety-Washing)' 서류 작업에만 자본을 쏟아부으며 본질적인 예방 투자를 외면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국가 내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SDG 10의 궁극적 지향점과 전면으로 배치된다. 

이러한 모순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2026년 도입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위험성평가 제재 규정(제36조)은 거버넌스 혁신의 핵심 엔진으로 작동한다. 과거 강제성이 미비해 현장에서 형식적인 요식행위로 전락했던 위험성평가 제도에 강력한 과태료 벌칙이 신설됐으며, 근로자대표의 요구 시 전 과정 참여를 법적으로 보장하기 시작했다. 

위험을 창출한 사업주가 책임을 지고, 그 위험 속에서 일하는 현장 노동자가 안전의 '공동 설계자'로 나설 때 비로소 형식적인 매뉴얼은 일터의 생명을 지키는 살아 있는 방패로 진화한다. 

다산이 강조했던 경세제민의 정신은 멀리 있는 이상이 아니다. 원청 대기업이 하청업체의 안전 환경까지 책임지도록 강제하는 글로벌 공급망 실사 지침(EU CSDDD)의 파고 속에서, 자사 생태계 내 모든 노동자의 생명권을 경영의 핵심 자산으로 보호하는 투명한 안전 거버넌스를 확립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실현이다.

 

SDG뉴스 = 이창언 우석대 교수/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ESG 코리아 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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