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도를 넘는 시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법
기후위기의 문법이 달라지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Limiting Overshoot(2026년 9월 2일 출간)'는 이제 “1.5도를 넘지 않을 수 있는가”만을 묻지 않는다. 얼마나 적게 넘고, 얼마나 짧게 머물며, 어떻게 다시 내려올 것인가를 묻는다. 오버슈트(overshoot)는 단순히 온도계의 선 하나를 넘는 사건이 아니다. 초과, 정점, 하강, 안정화로 이어지는 수십 년의 긴 통과의례다.
숫자는 냉정하다. 인간이 만든 지구온난화는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약 1.4도 높아졌고 최근 상승 속도는 10년에 약 0.25도다. 2026~2030년 5년 평균기온이 1.5도를 넘을 가능성은 75%에 이른다. 1.5도 이내에 머물 확률을 50%로 잡을 때 2026년 이후 남은 탄소예산은 약 1300억tCO₂다. 그런데 2024년 한 해 화석연료와 산업에서 배출된 양만 약 400억tCO₂였다. 지금 수준이 이어진다면 남은 예산은 약 3년 만에 소진될 수 있다.
문제는 0.1도가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라는 데 있다. 고배출이 5년 더 지속될 때마다 정점 온도는 약 0.1도 높아질 수 있다. 반대로 온도를 0.1도 낮추려면 약 2200억tCO₂의 순제거가 필요하다. 연간 100억t을 제거하는 낙관적 조건에서도 10년에 약 0.05도 정도밖에 낮추지 못한다. 올라가는 시간보다 돌아오는 시간이 훨씬 길다.
이미 자연은 신호를 보내고 있다. 2023~2025년 열대 산호초의 80% 이상이 백화현상을 경험했고, 2024년 5월부터 2025년 5월 사이에는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이 지역 기준 상위 10%에 해당하는 극한고온을 최소 30일 겪었다. 효과적인 적응이 없다면 2050년 세계 식량생산은 최대 14% 감소할 수 있다. 온도가 다시 내려가도 해수면 상승, 종 멸종, 빙하와 영구동토층의 손실 일부는 되돌릴 수 없다. 지구는 온도계를 거꾸로 돌린다고 원래 풍경으로 돌아가는 기계가 아니다.
그러나 보고서의 결론은 체념이 아니다. 오히려 위기의 크기만큼 전환의 시장과 정책 공간도 커진다. 2035년까지 tCO₂e당 200달러 이하의 수단만으로도 연간 최대 41GtCO₂e의 감축 잠재력이 있고, 그 절반가량은 20달러 이하의 비용으로 가능하다. 제한적 오버슈트 경로에서는 2030년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을 60~70%까지 높이는 전환이 요구된다. 저·중소득국에서는 기후회복력 인프라에 1달러를 투자할 때 약 4달러의 손실을 피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감축과 적응을 따로 보지 않는 산업·도시정책이다. 둘째, 폭염·홍수·용수·전력 위험을 반영한 지역 회복력 투자다. 셋째, 탄소제거 기술에 미래를 떠넘기기보다 지금 배출을 줄이는 정책이다.
오버슈트 시대의 기후정책은 ‘원래대로 돌아가자’는 향수가 아니다. 달라진 세계에서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꾸며, 누구를 먼저 보호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1.5도를 넘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행동의 의미가 줄어든 것이 아니다. 오히려 0.1도와 1년, 한 번의 투자가 더 값비로워졌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의 선택이 미래의 온도와 풍경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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