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WOOSUK UNIVERSITY ESG국가정책연구소

충청일보

171년의 시계, 성평등이 늦어지면 지속가능성도 늦어진다

person test@example.com calendar_today 2026.10.06 07:48 visibility 조회 10

숫자는 차갑다. 그러나 어떤 숫자는 한 사회가 누구의 시간을 쓰고, 누구의 목소리를 듣고, 누구에게 결정권을 맡겨왔는지를 말해준다. UN Women(유엔 여성기구)과 UN DESA(유엔 경제사회국)의 『Gender Snapshot 2026(2026년 9월 17일 출간)』이 그런 보고서다. 가장 무거운 숫자는 171년이다. 지금의 속도가 이어진다면 SDG(지속가능발전목표) 5, 성평등을 달성하는 데 그만큼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세계 국회의 여성 비율은 27.4%다. 지방정부는 35.6%에서 사실상 멈춰 있다. 세계 175명의 최고법원장 가운데 여성은 31명뿐이고, 상장기업 CEO 가운데 여성은 5.8%에 그친다. 여성과 여아는 남성보다 무급 가사·돌봄에 2.5배 많은 시간을 쓴다.

시간은 가장 조용한 권력이다. 매일 한두 시간의 차이가 쌓이면 경력과 소득, 승진과 정치 참여의 차이가 된다. 그래서 여성학이 오래전부터 말해온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명제는 아직 유효하다. 밥을 하고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누구에게 더 많이 배분되는지는 사적인 일처럼 보이지만 사회 전체의 기회 배분을 결정한다.

제도가 있다고 힘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국가 성평등 추진기구의 32%는 최근 2년간 제도적 권한이 약해졌다고 답했고, 23%는 운영예산이 줄었으며 9%는 독립예산을 잃었다. 제도의 존재와 제도의 힘은 다르다. 낸시 프레이저가 말한 재분배·인정·대표의 세 차원 가운데 어느 하나만 빠져도 평등은 쉽게 형식이 된다.

미래의 영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세계 연구자 중 여성은 31.4%지만 AI 전문인력에서는 약 22%, 고위 AI 리더십에서는 14% 미만이다. 기후변화와 지구물리학적 위험에 높게 노출된 국가에 사는 여성과 여아는 약 29억 명이지만 환경 분야 장관 중 여성은 27%다. 2025년 세계 평화과정의 거의 10건 중 8건에는 여성 협상가나 중재자가 한 명도 없었다.

더 아픈 숫자도 있다. 세계 여성 약 8억 4000만 명, 거의 3명 중 1명이 평생 배우자 또는 성폭력을 경험했다. 숫자는 통계표에 있지만 그 뒤에는 말하지 못한 시간과 포기한 일자리, 닫힌 문과 두려움이 있다.

성평등은 여성에게 의자를 하나 더 놓는 문제가 아니다. 그 의자에 앉은 사람이 의제를 정하고, 예산을 나누며, 미래를 결정할 수 있게 하는 일이다. 평등은 자리의 숫자가 아니라 권력의 문법이다.

충북을 비롯한 지역정책도 마찬가지다. 인구, 돌봄, 일자리, 산업전환을 논하면서 성평등을 별도의 부속 항목으로 둘 수 없다. 청년여성이 머물 수 있는 지역, 돌봄 때문에 경력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일터, 폭력 없이 말할 수 있는 공적 공간이 곧 지속가능한 지역의 조건이다.

171년은 기다리라는 숫자가 아니다. 지금의 속도로는 안 된다는 경고다. 성평등의 시계가 늦어지면 SDG 5만 늦어지는 것이 아니다. 빈곤과 교육, 노동, 기후, 기술, 평화와 민주주의의 시간도 함께 늦어진다.


https://www.ccdail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444843



출처: /b/chchxb/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