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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좋은 사회는 신뢰에서 시작된다

person ESG국가정책연구소 calendar_today 2026.10.03 11:56 visibility 조회 10

좋은 사회를 떠받치는 힘은 무엇일까. 일자리와 복지, 안전과 교육도 중요하지만 그 바닥에는 신뢰가 있다. 신뢰는 어느 한쪽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말을 듣고, 다름을 존중하며, 약속을 지켜가는 과정에서 자란다.

지난 6월 17일 유엔본부에서 열린 ‘SDG 16 Conference 2026’은 평화와 정의, 인권, 책임 있는 제도가 지속가능한 사회의 토대임을 다시 확인했다. SDG 16은 17개 목표 가운데 하나이면서 다른 목표들의 이행을 가능하게 하는 ‘촉진 기반’이다. 법치와 인권, 정의에 대한 접근, 책임성과 참여가 튼튼할수록 사회는 위기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다.

신뢰가 왜 중요한지는 숫자에서도 드러난다. OECD의 2026년 신뢰조사에 따르면 2025년 한국에서 중앙정부를 높거나 비교적 높게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51%로 OECD 평균 40%보다 높았다. 행정서비스 이용자의 만족도도 79%였다. 복지 신청이 공정하게 처리될 것이라는 기대는 57%, 정부가 정책결정에 근거를 활용한다고 본 비율은 52%였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공정성과 응답성이 신뢰를 키우는 자산임을 보여준다.

이번 회의가 강조한 ‘사람 중심의 정의’도 같은 맥락이다. 제도 앞에서 누구나 존중받고,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며,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답을 듣는 것. 이런 경험이 반복될 때 권리는 문서의 문장이 아니라 생활의 감각이 된다.

동시에 자신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고 느끼는 한국인의 비율은 37%였다. OECD는 자신이 정부 결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느끼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서 정부 신뢰의 격차가 크게 나타난다고 분석한다. 참여는 절차를 하나 더 만드는 일이 아니라 신뢰를 쌓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충북에서도 이런 관계의 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 정책을 만든 뒤 의견을 듣는 데 그치기보다 시민과 청년, 지역사회, 전문가가 조금 더 일찍 만나 경험을 나누는 것이다. 유엔이 말하는 ‘공동창출’도 이런 과정에 가깝다. 누구의 말이 더 큰가를 가리기보다 서로 다른 삶의 경험을 연결해 더 나은 답을 찾는 방식이다.

청소년 역시 미래의 시민이기 전에 오늘의 시민이다. 교통과 교육, 문화와 안전처럼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는 문제에 의견을 말하고, 그 의견이 어떻게 검토됐는지 들을 기회가 있어야 한다. 제도를 이용하는 누구나 존중받고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듣는 경험도 인권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좋은 사회의 신뢰는 거창한 구호보다 작은 관계에서 자란다. 시민이 묻고 행정이 답하며,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려는 경험이 쌓일 때 공동체는 더 단단해진다. 지속가능한 충북은 서로를 설득하기 전에 존중하고, 답하기 전에 먼저 듣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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