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없는 지속가능발전은 없다: 숫자가 경고하는 SDGs의 사각지대
지난 7월 뉴욕 유엔 본부에서 전 세계 지도자들이 모여 고위급정치포럼(HLPF)을 개최했다. 2030 의제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인류가 합의한 가장 야심 찬 발전의 틀이지만, 생태계의 동반자인 '동물'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현재 17개 목표 어디에도 동물의 건강과 복지에 대한 명시적 언급은 없다.
숫자는 우리가 외면한 현실의 민낯을 서늘하게 고발한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800억 마리의 육상 척추동물과 1조 1,000억에서 2조 2,000억 마리에 달하는 수생 동물이 공장식 축산과 상업적 어업을 통해 희생된다. 이 거대한 착취 시스템은 극도로 비효율적이다. 축산업은 전 세계 농경지의 83%를 차지하지만, 인류가 섭취하는 칼로리의 18%, 단백질의 35%를 공급하는 데 그친다. 자원 낭비도 심각하여, 사료 작물 재배에 쓰이는 청색 물 발자국(지표수 및 지하수 소비량)은 전체 작물 생산 물 발자국의 12%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유럽은 대체 단백질보다 1,200배, 미국은 800배나 많은 공적 보조금을 공장식 축산에 쏟아붓고 있다.
동물을 착취한 대가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축산업은 전 세계 산림 벌채의 약 80%를 주도하며,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12~20%를 발생시킨다. 인간에게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의 70%는 동물에서 유래하며, 열악한 사육 환경이 촉발한 항생제 내성(AMR)은 이미 에이즈(HIV/AIDS)나 말라리아보다 더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과 서식지 파괴로 인해 1970년 이후 야생동물 개체수는 평균 69%나 급감했다.
이러한 다중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스톡홀름환경연구소(SEI)와 뉴욕대 환경·동물보호센터는 최근 '동물 건강과 복지의 지속가능발전목표 통합 메인 보고서(Main Report - Animal SDGs.pdf)'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기존 SDG 실행 과정에 동물 복지 개념을 결합하는 것부터 시작해, 새로운 세부 목표와 지표를 도입하거나 궁극적으로 동물 건강과 복지를 다루는 독립적인 'SDG 18'을 신설하는 구체적인 경로를 제시한다. 예컨대 보건(SDG 3) 목표에 인수공통전염병과 항생제 내성 통제 지표를 신설하고, 책임 있는 소비(SDG 12) 지표에 공장식 축산 보조금 폐지를 명시하자는 것이다.
생태계의 약자인 동물을 포용하는 것은 기존 의제에 짐을 더하는 일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정책의 파편화를 막고 인류가 직면한 위기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가장 확실하고 과학적인 처방이다. 파국을 막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파괴적인 경제 지표의 환상에서 벗어나, 뭇 생명에 대한 엄중한 책임감으로 지구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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