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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벼랑 끝에 선 지구촌과 우리의 미래

person ESG국가정책연구소 calendar_today 2026.10.03 11:53 visibility 조회 9

인류가 약속한 2030년이라는 시간표가 고작 4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 절박한 타이밍에 지구촌의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 베일을 벗었다. 지난 6월 10일, 유엔이 50여 개 기구와 함께 모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진척 상황: 사무총장 보고서’를 내놓은 것이다. 이 기록은 차가운 통계로 가득 찬 29페이지 분량의 성적표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지구촌의 아픈 눈물과 작은 희망이 고스란히 만져진다.

올해 7월 개최될 유엔 고위급정치포럼(HLPF)의 교과서가 될 이 보고서의 첫 진단은 무겁다. 세부 목표 중 올바른 궤도 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겨우 15%에 불과하다. 조금씩 나아지는 21%를 더해도 고작 36%만이 희망적인 영역에 있다. 나머지 절반에 가까운 목표들은 제자리에 멈춰 서 있거나, 15%는 11년 전보다 상황이 더 나빠져 뒤로 걷고 있다. 물론 온통 절망뿐인 것은 아니다. 전 세계 인구의 92%가 전기를 쓰게 되었고, 재생에너지 용량은 2015년보다 2.2배나 자라났다. 141개국이 재난 위험 경감 전략을 도입해 재난 사망률이 65%나 줄어든 결실도 있었다.

그러나 숫자들의 화려한 불빛은 보이지 않는 그늘을 가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친구들 10명 중 1명은 극심한 가난 속에 있으며, 1억 5,000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제대로 먹지 못해 성장이 멈추었다. 청년 실업률은 성인보다 4배나 높고, 간신히 일을 구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청년 '근로 빈곤층'의 가슴에는 깊은 상처가 남는다.

특히 보고서가 밝힌 기후 위기의 심각성은 가공할 수준이다. 2025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43°C 상승을 기록하며 역대 가장 뜨거운 3년의 정점을 찍었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00만 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해양 온난화와 산성화가 심해지는 가운데, 기후재난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노출되어 보금자리를 잃고 눈물짓는 글로벌 인구는 지난 10년간 매년 평균 1억 2,300만 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진짜 비극은 이 아픔을 치료할 국제사회의 연대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개도국을 지탱하던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은 2025년 한 해 동안 23.1%나 급감하며 대폭락했다. 반면, 무기를 사기 위한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2조 9,000억 달러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11년째 폭주하고 있다. 생명을 살려야 할 자본이 파괴에 쓰이는 동안 개도국들은 8.9조 달러라는 거대한 부채에 눌려 신음하고 있다.

다행히 세계의 수많은 도시와 동네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우리 마을의 상처를 지표로 만들고 치유해 나가는 '자발적 지역 검토(VLR)' 운동이 번지고 있다. 이제 거창한 구호는 내려놓고, 우리 지자체와 동네에서부터 한국형 지속가능발전목표(K-SDGs)를 현장 밀착형으로 다시 짜야 한다. 소외된 이웃의 지친 어깨를 따뜻하게 보듬는 '인간의 얼굴을 한 실천'이 시작되어야 한다. 막연한 소망의 계절은 지나갔다. 우리가 발을 딛고 선 이 고장, 우리 공동체의 현장에서부터 지속가능성의 파란 싹을 다시 틔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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