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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물 먹는 인공지능, 달아오르는 도시: 생태계를 살리는 기술 혁신의 조건

person ESG국가정책연구소 calendar_today 2026.10.03 11:53 visibility 조회 9

우리가 매일 쓰는 스마트폰 속 인공지능(AI)은 그저 눈에 보이지 않는 프로그램 같지만, 사실 어마어마한 지구의 자원을 쓰면서 돌아간다. AI를 똑똑하게 훈련시키려면 수많은 컴퓨터가 모인 거대한 '데이터 센터'가 필요한데, 이 기계들이 내뿜는 열을 식히기 위해 상상 이상의 물을 쏟아부어야 한다. 기후 위기로 당장 마실 물이 부족한 사람들 옆에서, 최첨단 기계가 그 물을 먼저 차지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거다.

지난 5월, 뉴욕 유엔(UN) 본부에서 열린 '제11차 과학·기술·혁신(STI) 포럼'은 바로 이 문제를 깊게 파고들었다. 화려한 첨단 기술 뒤에 감춰진 불평등과 환경 파괴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핵심 주제였다. 이 자리에 모인 전 세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기술 혁신은 기계가 얼마나 똑똑한지가 아니라, 결국 누구를 위해 쓰이는지에 따라 평가받아야 한다.“

이날 포럼에서는 기계의 갈증이 사람의 생명수를 앗아가는 비극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들이 쏟아졌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문아리 원장은 데이터 센터를 아예 하수 처리장 근처에 지어서, 버려지는 재활용수로 기계를 식히자고 제안했다. 첨단 기술이 무작정 팽창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고, 사람의 식수와 자연을 먼저 보호하는 뚜렷한 규칙을 만들자는 뜻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물을 지키기 위해 우주의 힘을 빌리자는 논의도 이어졌다. 강이나 호수 하나 없이 빗물에만 목숨을 거는 몰디브 같은 작은 섬나라들을 상상해 보자. 이들에게 인공위성으로 땅속 지하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기술은 단순한 최신 유행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다. 우주에서 찍은 위성 데이터와 동네 우물의 수위를 하나로 합쳐 자연의 상태를 정확히 읽어내는 것. 이것이 이번 포럼이 강조한 '착한 기술'의 실제 모습이다.

점점 뜨거워지는 도시의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와 건물을 짓는데 꼭 필요한 시멘트는 사실 엄청난 온실가스를 뿜어낸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앞으로 전 세계 시멘트의 75%는 인도나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 쓰일 것이다. 지금처럼 무작정 건물을 지어 올렸다간 지구는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점토 같은 대체 재료를 써서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녹색 건축' 기술을 전 세계가 나누고, 위성 데이터로 도시가 얼마나 뜨거운지 살피며 건물을 짓는 '공간 지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세상을 바꾸는 진짜 혁신은 연구실의 깨끗한 모니터 앞에서만 뚝딱 완성되지 않는다. 당장 마실 물이 없고 기후 재난에 부딪힌 척박한 현장에서, 어떻게 하면 사람을 살리고 망가진 자연을 되돌릴지 치열하게 고민할 때 비로소 싹을 틔운다. 하루가 다르게 폭주하는 AI의 속도를 낡은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래의 기술은 무조건적인 성장을 자랑하는 대신, 하나뿐인 지구의 한계에 맞춰 사람과 자연을 돕는 겸손한 도구로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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