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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경제

[나승용의 AI와 ESG 이야기] ESG, 도대체 그게 뭔데?

person ESG국가정책연구소 calendar_today 2026.10.03 11:39 visibility 조회 11

“ESG 국가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위촉하려고 합니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책임연구원’이라는 직함보다 먼저 눈에 걸린 것이 있었다. ESG. 알파벳 석 자다. “ESG? 이게 도대체 뭐지?”


옛날 양주동 박사가 ‘기하(幾何)’라는 말을 처음 보고 ‘몇 어찌?’라고 했다는데, 내 형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하가 ‘몇 어찌’로 풀렸다면, ESG는 나에게 그보다 더 막막한 ‘도대체 무엇’이었다. 우선 외워야 했다.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몇 번을 읽어도 입에 붙지 않았다. 생전 가까이 지내지 않던 영문자 세 개가 순순히 머리에 들어와 앉을 리 없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마침내 나만의 해석을 만들었다.


“이대로(E) 살다간(S) 골로간다(G).” 물론 ESG의 정식 번역이라고 가르쳤다가는 책임연구원이 책임질 일이 생길 터이니 미리 밝혀둔다. 순전히 나만의 기억법이다. 그런데 공부라는 것이 이상하다. 처음에는 외우려고 만든 우스갯소리였는데, 조금씩 알아갈수록 그리 우습지만은 않았다.


주지하다시피 E는 Environment, 환경이다. 기업이 에너지와 자원을 얼마나 쓰고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핀다. S는 Social, 사람과 사회다. 노동자와 소비자, 공급망과 지역사회에 기업 활동이 무엇을 남기는지를 묻는다. G는 Governance, 지배구조다. 누가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어떻게 통제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책임지는가를 살핀다.


환경, 사람과 사회, 그리고 결정과 책임. 여기까지 알고 나니 또 하나가 걸렸다. 서로 다른 이 문제들을 왜 한데 묶었을까. 자료를 뒤지다가 2004년 「Who Cares Wins」라는 보고서를 만났다. 오늘날 널리 쓰이는 ESG라는 표현이 공식적으로 등장한 중요한 출발점으로 꼽히는 보고서다. 유엔글로벌콤팩트가 주도한 이 작업에는 20개 금융기관이 참여해 환경·사회·지배구조 문제를 투자와 기업의 장기적 가치 판단에 반영하자는 논의를 펼쳤다.


그렇다고 ESG가 2004년에 갑자기 태어났다는 뜻은 아니다. 환경보호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책임투자도 그 이전부터 있었다. 다만 흩어져 있던 문제들을 기업의 위험과 장기적 가치, 투자자의 판단과 연결해 ‘ESG’라는 이름으로 확산시키는 데 이 무렵의 논의가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이해하는 편이 옳겠다.


여기서 처음 생각 하나를 고쳐야 했다. ESG는 그저 “기업도 착하게 삽시다”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에너지 사용, 노동자의 안전과 인권, 이사회와 내부통제 같은 문제들이 기업의 위험과 전략, 투자와 공시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기준처럼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과 기회를 기업의 공식 보고체계에서 다루는 기준도 등장했다.


겨우 ESG와 조금 친해질 만하니 이번에는 SDGs라는 네 글자가 나타났다. SDGs는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발전목표다. 2015년 유엔이 채택한 2030 의제의 핵심으로,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로 이루어져 있다. 지속가능발전이 인류와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묻는 큰 방향이라면, SDGs는 이를 구체적인 목표로 펼쳐놓은 체계에 가깝다. ESG는 이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기업과 투자, 경제활동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 문제를 어떻게 판단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할 것인가에 더 가까이 서 있다.


그런데 여기쯤 읽은 성미 급한 독자는 물을 것이다. “그래서 AI 이야기하다가 웬 ESG인가?” 옳은 질문이다. 나도 그것이 궁금했다.


AI가 인간의 생활과 기업 활동 속으로 깊이 들어올수록 환경과 사람, 결정과 책임의 문제도 AI와 무관할 수 없게 된다. 처음에는 “이 AI, 얼마나 똑똑한가?”를 묻지만, 조금 알고 나면 그 기술이 무엇을 남기고 누가 결정하며 책임지는지도 궁금해진다. 결국 돌고 돌아 다시 E, S, G다.


물론 앞으로도 사람들이 지금처럼 ESG라는 알파벳 석 자를 입에 올리고 있을지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이름이 사라지는 것과 질문이 사라지는 것은 다른 일이다. 처음 ESG를 만났을 때 나는 외우기 위해 농담부터 만들었다. “이대로 살다간 골로간다.” 지금 생각해도 썩 점잖은 말은 아니다. 하지만 공부를 조금 하고 보니 굳이 폐기할 필요도 없겠다.


ESG가 세상의 모든 문제를 풀어줄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게 ESG는 정답보다 질문에 가깝다. ESG, 몇 어찌? 처음에는 뜻을 몰라 물었다. 이제는 뜻을 조금 알기에 다시 묻는다.


“우리, 이대로 가도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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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b/hxgj/3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