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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경제

[나승용의 AI와 ESG 이야기] AI for ESG를 넘어, ESG for AI를 묻다

person ESG국가정책연구소 calendar_today 2026.10.03 11:39 visibility 조회 35

화두(話頭)’라는 말이 있다. 본래는 불교에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 붙드는 물음을 가리키지만, 일상에서는 쉽게 답이 나지 않아 오래 생각하게 되는 문제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요즘 내게는 그런 화두가 두 개 있다. AI와 ESG다.


AI는 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기술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다. 반면 ESG는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의 약자다. 기업과 경제활동이 환경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그 과정이 얼마나 책임 있게 운영되는지를 묻는다. 하나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능력에 가깝고, 다른 하나는 그 능력과 경제활동이 만들어낸 결과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에 가깝다.


출발점이 다른 이 두 단어가 왜 내 머릿속에서는 자꾸 함께 떠오를까.


우선 두 흐름 모두 더 이상 일부 전문가만의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OECD에 따르면 관련 자료가 있는 국가에서 AI를 사용한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은 2023년 8.7%에서 2025년 20.2%로 높아졌다. 불과 2년 만에 두 배 이상이 된 것이다. AI는 연구실이나 첨단기술 기업을 넘어 기업 활동 속으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지속가능성도 비슷하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기준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추진하는 곳은 2026년 2월 기준 약 40개 관할권에 이르고, 이 가운데 19개 관할권에서는 이미 관련 공시 요구가 시행되고 있다. ESG와 지속가능성은 기업의 선의나 구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본시장과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의 언어가 되고 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것은 두 흐름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출발한 두 흐름이 현실에서 만나고 있다는 점이다.


AI는 기후와 재난을 예측하고, 에너지 사용을 효율화하며, 복잡한 공급망에서 위험의 징후를 찾아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인간이 일일이 처리하기 어려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지속가능성 문제의 해결을 돕는 것이다. 이 방향을 나는 ‘AI for ESG’라고 부르고자 한다. AI가 ESG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수단이 되는 경우다.


하지만, 시선을 반대로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AI도 아무런 대가 없이 작동하지 않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가 2025년 약 485TWh(테라와트시)에서 2030년 약 950TWh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특히 AI 중심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참고로 485TWh는 우리 나라 전체가 1년간 쓰는 전력에 육박하는 양이다. 물론 이 수치 전체가 AI의 전력소비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AI의 확산이 새로운 에너지 수요와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보여준다.


환경 문제만 있는 것도 아니다. AI가 사회 곳곳에서 더 많은 판단과 업무에 활용될수록 노동의 변화, 개인정보, 공정성, 책임과 같은 질문도 함께 커진다.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AI가 또 다른 지속가능성 문제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반대 방향의 질문, 곧 ‘ESG for AI’가 필요해진다. AI가 무엇을 해결하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AI 자체가 환경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며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도 살펴보자는 뜻이다.


결국, 내가 붙들고 있던 두 화두는 서로 떨어져 있지 않았다. AI는 ESG의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ESG가 들여다봐야 할 새로운 대상이기도 하다. 인간이 만들어낸 기술은 우리의 삶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그 ‘더 나음’을 무엇으로 판단할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AI와 ESG는 만난다.


두 개의 원을 그려보면 이제 그 원은 이미 겹치기 시작했다. 한쪽에는 AI가 지속가능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지속가능성의 눈으로 AI에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AI와 ESG는 이미 서로의 영역으로 걸어 들어왔다. 두 원이 만나는 교집합에서 무엇이 서로를 강화하고 무엇이 충돌하는지를 읽어내는 일. 그것이 지금 내가 이 두 개의 화두를 함께 붙들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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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b/hxgj/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