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대 이창언 교수 'K-SDG 이행보고서 2026' 해설]② 가정과 일터의 불균형: 그림자 노동과 위험으로 내몰린 삶
지속가능한 사회를 지탱하는 두 기둥은 포용적 가정과 안전한 일터다. 그러나 성평등(SDG 5)과 양질의 일자리(SDG 8)를 향한 제도의 외피는 두꺼워졌음에도, 일상과 노동 현장에 깊게 뿌리내린 가부장적 불균형은 콘크리트처럼 단단하다.
가구 특성별 남녀 가사노동 시간 비중을 묻는 통계는 일상에 뿌리내린 구조적 불균형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24년 기준 여성이 무급 가정 관리와 가족 돌봄에 쏟는 시간은 하루의 11.5%로 남성(4.0%)의 2.8배에 달한다. 1999년 여성이 남성의 7배에 달하는 가사노동을 짊어졌던 때에 비하면 수치상 완화됐다고는 하나, 현실의 족쇄는 여전히 무겁다.
더욱 놀라운 것은 경제활동의 형태가 이 불균형을 뒤집지 못한다는 점이다. 맞벌이 가구에서도 아내(11.9%)가 남편(4.1%)보다 2.9배의 가사노동을 감당한다. 심지어 아내가 경제활동을 책임지는 외벌이 가구조차 아내(11.1%)의 노동 시간이 남편(7.4%)을 압도한다. 퇴근 후 집으로 현관문을 여는 순간 여성의 두 번째 출근이 시작되는 셈이다. 이 지독한 '그림자 노동'과 독박 돌봄의 굴레는 곧바로 노동시장의 차별적 보상으로 치환된다.
성별 시간당 임금 추이를 살펴보면 경제적 권리에서의 심각한 불균형이 확인된다. 시간당 임금의 절대적 액수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1년 평균 1만 3769원에서 2024년 2만 5156원으로 올랐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2011년 남성이 1만 6050원을 받을 때 여성은 1만 82원(남성의 62.8%)을 받았고, 2024년 남성이 2만 8734원을 받을 때 여성은 2만 363원을 받아 여전히 남성의 70.9% 수준에 머물러 있다 . 최근 기업 ESG 경영의 핵심으로 다양성과 형평성(DEI)이 강조되고 있지만, 임원급 진출을 가로막는 유리천장과 구조적 성차별은 여전히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억압하는 굳건한 장벽이다.
더욱 서늘한 지점은, 일터에서의 불균형과 소외가 단순한 차별을 넘어 극한의 생존 위협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4년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만인율은 0.98%를 기록했는데, 한 해 동안 발생한 전체 재해 사망자 2098명 중 절반이 넘는 1107명(52.8%)이 60세 이상 고령 노동자였다 . 앞서 1편에서 짚어본 노인 빈곤의 처참한 연장선이다. 촘촘한 사회 안전망 밖으로 밀려난 노년층이 가장 위험하고 열악한 노동 현장으로 내몰려 생계를 유지하다 목숨을 잃고 있는 비극적 갈등의 현장. 불평등의 톱니바퀴는 이토록 잔인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SDG뉴스 = 이창언 우석대 글로벌문화경영학부 부교수/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출처 : SDG뉴스(http://www.sdg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