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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우 칼럼] 그린워싱(Greenwashing): 말뿐인 친환경을 넘어, 지역에서 시작하는 진짜 ESG

person test@example.com calendar_today 2026.10.06 07:52 visibility 조회 13

요즘 어디를 가도 ‘친환경’, ‘탄소중립’, ‘지속가능’, ‘ESG’라는 말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기업은 친환경 제품을 내놓았다고 광고하고, 공공기관은 ESG 경영을 선언하며, 지방정부도 앞다투어 탄소중립 도시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강과 하늘, 거리와 일터는 그 많은 선언만큼 실제로 달라지고 있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그린워싱(Greenwashing)’ 문제가 시작된다. 그린워싱은 실제로는 환경을 위한 노력이 충분하지 않은데도 마치 환경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하거나 홍보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무늬만 친환경’인 셈이다.

문제는 단순히 광고가 조금 과장됐다는 데 있지 않다.

오랫동안 비용과 노력을 들여 탄소배출을 줄이고 환경을 개선한 기업과 그럴듯한 광고만으로 친환경 기업처럼 보이는 기업이 똑같이 평가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정직하게 노력하는 기업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시민도 마찬가지다. 텀블러를 사용하고, 분리배출을 하고, 에너지를 아끼면서 환경을 지키려고 노력해도 기업과 정부가 제공하는 환경정보를 믿을 수 없다면 결국 ESG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

따라서 그린워싱이 우리 사회에서 무너뜨리는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만이 아니다. ‘신뢰’다.

여기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이야기할 때 중요하게 강조되는 것이 ‘SDGs의 지방화(Localizing the SDGs)’다. 거창한 국제적 목표도 결국 시민이 살아가는 지역에서 실천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대중교통, 쓰레기 처리, 공원과 녹지, 에너지, 주택, 하천, 도시재생은 모두 지역의 문제다. 시민이 환경의 변화를 가장 먼저 느끼는 곳도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다.

그렇다면 그린워싱을 막고 진짜 ESG를 만드는 일 역시 지역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첫째, 지방정부부터 ‘말하는 ESG’가 아니라 ‘보여주는 ESG’로 바꿔야 한다.

‘탄소중립 도시’, ‘친환경 도시’, ‘ESG 선도도시’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예산을 얼마 썼는지가 아니라 탄소가 실제로 얼마나 줄었는지, 쓰레기가 얼마나 감소했는지, 하천이 얼마나 깨끗해졌는지, 시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둘째, 지역 차원의 그린워싱 점검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가 지원하는 기업이나 사업, 공공구매, 민간위탁, 지역축제 등에 ESG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친환경’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면 그에 맞는 근거와 결과를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지방정부가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실제 환경성과가 좋은 기업과 제품을 선택한다면 기업의 행동도 자연스럽게 달라질 것이다.

셋째, 지방정부의 ESG 성적표를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잘한 것만 보여주는 홍보자료가 아니라 잘한 것은 잘했다고 하고, 부족한 것은 부족하다고 솔직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활용되고 있는 자발적 지역검토(VLR)도 좋은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완벽해 보이는 것이 아니다. 얼마나 솔직하게 공개하고,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고쳐나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넷째, 시민을 단순한 ESG의 소비자가 아니라 ESG를 함께 확인하는 주체로 만들어야 한다.

지역의 대학과 전문가, 기업, 시민단체와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 ESG 시민검증단’을 운영해 볼 수 있다. 우리 동네의 하천과 공원, 쓰레기와 에너지 문제를 시민이 직접 살펴보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다. ESG가 어려운 전문가의 언어에서 벗어나 우리의 생활 속으로 들어오는 순간이다.

다섯째, 지방정부마다 제각각인 ESG 기준을 어느 정도 통일할 필요가 있다. 탄소배출, 에너지, 자원순환, 녹지, 사회적 가치 등에 대한 공통된 기준을 만들고 데이터를 공개한다면 어느 지역이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서로 비교하고 배울 수 있다.

나는 이러한 시스템을 ‘지역 ESG 신뢰체계’라고 부르고자 한다. 원리는 어렵지 않다. ▲선언했으면 측정하고 ▲측정했으면 검증하고 ▲검증했으면 시민에게 공개 이 세 가지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그린워싱이 설 자리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세계가 아무리 거대한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세워도 그것이 저절로 우리의 삶을 바꾸지는 않는다. 국제사회의 약속을 시민의 일상으로 옮기는 곳이 지방정부다.

환경정책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친환경’이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사용했느냐가 아니다. 우리 동네의 공기가 조금 더 깨끗해졌는지, 하천의 물이 조금 더 맑아졌는지, 쓰레기가 조금이라도 줄었는지, 그리고 그 변화로 시민의 삶이 조금 더 좋아졌는지가 중요하다.

ESG의 ‘E’는 Environment, 즉 환경을 뜻한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필요한 또 하나의 E가 있다.

바로 Evidence, 증거다. 근거 없는 친환경은 얼마든지 광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변화는 될 수 없다.

그리고 그 변화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확인하고 만들어갈 수 있는 곳이 바로 지역이다.

이제는 친환경을 말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말보다 실천으로, 홍보보다 결과로,선언보다 변화로 보여주는 소비자 ESG이다

그 변화가 우리의 동네에서 시작될 때 ESG는 비로소 시민의 삶이 된다.

 

SDG뉴스 = 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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