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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언 우석대 교수의 ESG시대⑬] 페이퍼 위원회를 탈피한 노사 공동 안전 협의체 구축

person ESG국가정책연구소 calendar_today 2026.10.03 11:01 visibility 조회 11

안전보건공시제도가 서류상의 양식을 채우는 행정적 절차를 넘어 산업 현장의 실질적인 리스크 관리 기제로 작동하기 위한 최고의 유인은 외부의 사후적 처벌이 아니라 내부의 ‘노동자 참여’를 통한 실질적인 거버넌스 구축에 있다. 아무리 완벽하게 설계된 공시 체계라 하더라도 실제 일터의 위험을 매일 마주하는 근로자들의 비판적 검증과 소통이 부재하다면, 그 제도는 기업의 기만적인 안전 경영 홍보물로 전락할 위험을 안게 된다. 

독일의 대표적인 사회학자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는 그의 ‘의사소통 행위이론’을 통해 조직의 규범적 정당성은 권력의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이해당사자들이 동등한 지위에서 참여하는 합리적 토론과 합의를 통해서만 확보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 소통행위 담론은 오늘날 기업 경영의 최우선 과제인 노사 공동의 안전보건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데 강력한 사상적 뼈대를 제공한다.

한국의 일터에서 작동해 온 기존의 안전 관리 인증 체계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산보위)는 그동안 대표적인 ‘페이퍼 위원회’이자 관행적 형식주의의 온상으로 수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과거 대형 재해와 수백 건의 법 위반이 적발됐던 대기업 사업장들이 서류상으로는 국내외 안전보건 경영시스템(KOSHA, ISO 45001) 인증을 완벽하게 획득하고 있었던 실태는 제도 자체에 대한 현장의 깊은 불신을 자아냈다. 

또한 상시노동자 100명 이상 사업장에 설치가 의무화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역시 과태료 제재를 면하기 위해 분기별 회의록만을 기계적으로 작성하고 이행을 방치하는 형식적 관행에 고착돼 있었다. 안전보건을 위한 노사 의사소통 기구가 본질적인 위험원 제거와 예산 투자를 심의·의결하는 거버넌스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철저히 주변화돼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분절적 모순을 극복하고 제도의 현장 작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2026년 공포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위험성평가 미실시 및 근로자대표 참여 미보장 시 최대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제재를 신설해 강제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나아가 안전보건공시제가 실질적인 예방 선순환 구조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산보위와 공시 절차를 제도적으로 연결하는 강력한 상향식(Bottom-up) 구조 개혁이 단행돼야 한다. 

공시 계획의 수립부터 위험성평가 기법의 결정, 감소대책 이행 여부를 산보위의 필수 심의·의결 사항으로 법제화하고, 분기별 회의록 원본과 노사 이견 청취 기록을 고용노동부 공시 포털에 의무 첨부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아울러 근로자대표와 사내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의 실질적 교차 서명(확인)이 누락된 공시는 법정 의무 미이행으로 간주하는 강력한 품질관리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노사의 의사소통적 협력이 공시의 무결성을 담보하는 최고의 검증망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안전 경영은 서류를 넘어 일터의 문화를 바꾸는 실천이 된다.


SDG뉴스 = 이창언 우석대 교수/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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