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언 우석대 교수의 ESG 시대 ⑫] 일터의 안전과 노동 인권을 말하다: 고용과 임금,그리고 안전을 하나의 사슬로 묶다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시하는 인적자본 공시 표준인 ‘ISO 30414’의 가장 핵심적인 설계 원칙은 조직의 다층적 리스크와 성과를 파편적으로 다루지 않고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연결성(Connectivity)’에 있다. 기존의 지속가능성 공시나 평가 체계는 기업의 인적자원관리 지표들을 독립된 항목으로 분절해 취급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고용 구조의 불평등, 보상 체계의 불공정성, 그리고 노동 현장의 안전 보건 위협은 결코 서로 단절된 별개의 사건이 아니다. 이들은 하나의 조직 시스템 안에서 밀접한 인과관계를 맺으며 서로의 위험을 증폭시키는 구조적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파편화돼 제 기능을 상실한 기존의 선행 공시제도들을 전면적으로 성찰하고, 이를 하나의 ‘통합적 인적자본 공시 프레임워크’로 재구성하는 구조적 개혁이 시급하다.
한국 사회가 지난 10여 년간 시행해 온 고용형태공시제는 대규모 사업장의 고용구조를 사회적으로 드러내는 데 기여했으나, 양적 수치에만 매몰돼 실제 현장의 위험 구조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뚜렷한 한계를 남겼다.
단순히 정규직과 외부 인력의 비중만을 나열할 뿐, 그 인력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유해 공정에 배치돼 있는지, 원청과 하청 간의 안전 인프라 격차는 어떠한지까지는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성평등 임금공시제 역시 성별이나 고용 형태에 따른 보상의 격차(2024년 기준 남녀 격차 29.0%로 OECD 최하위)를 통계적으로 증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 격차가 노동자의 심리적 위축과 현장 안전 발언권의 상실로 이어지는 경로까지는 추적하지 못한다.
이러한 ‘파편화된 공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의 안전보건공시는 고용구조와 임금구조, 그리고 보호의 수준을 하나의 인적자본 사슬 안에서 유기적으로 읽어낼 수 있도록 통합 설계돼야 한다. 실제 실증 연구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들이 자사 보고서상에는 안전을 강조하면서도, 협력사와 공급망 근로자의 안전보건 영향을 다루는 정량 지표(GRI 403-7)의 공시율은 단 6% 수준에 고립시키고 있는 모순이 드러났다.
외주 하청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위험이 하단으로 전가되고 임금 격차가 심하며,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위험을 인지해도 말하지 못해 대형 산재로 이어진다. 따라서 공시 대상 기업은 고용 형태별 인력 비중, 임금 분포 격차, 그리고 위험성평가 조치율 등 선행 안전 지표를 나란히 매트릭스로 공시해, 사람을 고용하고 보상하고 보호하는 구조의 총체적 건전성을 시장과 자본 앞에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SDG뉴스 = 이창언 우석대 교수/ 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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