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WOOSUK UNIVERSITY ESG국가정책연구소

SDG뉴스

[이창언 우석대 교수의 ESG 시대⑪] 안전워싱 근절을 위한 선행지표 중심으로 개편해야

person ESG국가정책연구소 calendar_today 2026.10.03 11:00 visibility 조회 12

한국 산업보건 체계의 가장 고질적인 폐단은 ‘행위는 존재하되 일터의 개선은 없는 형식주의’의 만연이다. 매년 법적 의무에 따라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지만, 측정 결과가 공정 설계 변경이나 방호 설비 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규제 기관 제출용 보고서로만 사장되는 모순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실제 현장의 안전 보전 수준과 관계없이 비재무 공시의 수치만을 완벽하게 꾸며내는 ‘세이프티 워싱(Safety-Washing)’ 혹은 ‘안전워싱’이라는 구조적 기만을 낳았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이 현대 사회의 특징으로 진단한 ‘조직적 무책임(Organized Irresponsibility)’은 바로 이 지점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위험을 유발하는 시스템은 거대하게 작동하지만, 그 위험에 대한 책임과 사후 통제는 제도적 서류화의 장막 뒤로 은폐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은폐 구조를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지표가 바로 경상 재해의 공상 처리 관행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6월까지 공단이 적발한 산재 은폐 및 미신고 건수는 무려 23만 6512건에 달하며, 이로 인해 부당 지급된 액수는 약 328억 원에 이른다. 

은폐가 사실상 불가능한 중대 사망사고를 제외한 압도적 다수의 부상과 질병이, 산재보험료 할증과 정부의 행정 감독을 두려워하는 사업주의 압박에 의해 건강보험의 영역으로 변형·은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기업들이 대외적으로 제시하는 재해율이나 사망만인율 등 사후적 결과물인 ‘후행지표(Lagging Indicators)’ 중심의 공시 체계가 현장의 실질적인 안전 수준을 반영하지 못하며, 도리어 왜곡된 도덕적 해이를 양산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따라서 2026년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안전보건공시제도가 이러한 기만적 관행을 극복하고 실효성 있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공시 지표의 구조를 예방적 성격의 ‘선행지표(Leading Indicators)’ 중심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수치화가 용이한 단순 사고 기록(GRI 403-9)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미래의 사고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는 지표들을 정량화해 의무 공시 항목에 편입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분기별 위험성평가 이행률 및 도출된 위험요인의 실질적 공학적 조치 완료율, 근로자의 자발적인 아차사고(Near-miss) 제보 건수 및 시스템 반영 프로세스 구축 여부, 그리고 총예산 대비 안전보건 조직과 설비 개선에 투입된 실제 집행 비용 비율 등을 명시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결코 “안전하다”는 것을 보증하지 않는다. 사후적 통계의 감옥에서 벗어나 과정과 예방을 투명하게 계량화할 때, 비로소 공시는 세이프티 워싱을 차단하고 생명을 살리는 실질적인 경영 지표로 기능한다. 


SDG뉴스 = 이창언 우석대 교수/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https://www.sdg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50633


출처: /b/sdgns/341